일식과 월식은 항상 함께였던 거야..!


하늘에서 갑자기 태양과 달이 사라집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천문 현상 중 가장 극적인 현상인 일식과 월식입니다. 둥글기만 했던 태양이 초승달 모양이 되더니 순간 밤처럼 깜깜해지죠(사진 1). 한 달 동안 천천히 모습을 바꾸던 달이 단 몇 시간 만에 모양을 바꾸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사진 2). 살면서 우리는 몇 번의 일식과 몇 번의 월식을 보았을까요? 올해는 이런 천문 현상이 있었을까요? 아직 12월을 맞이하기도 전이지만 2023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있었던 일식과 월식을 살펴봅니다.

사진 3.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일식과 월식이 일어난 날짜

올해는 다른 도와 비슷하게 일식과 월식이 두 번씩 발생했습니다. 근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달이 사라지는 월식 현상은 올해 5월(반영 월식)과 10월(부분 월식)에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태양이 사라지는 일식 현상을 본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천문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태양이 갑자기 사라졌다면 눈치챌 법도 한데 말이죠. 더불어 달이 사라지는 월식과 일식이 항상 약 15일 단위로 같이 나타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혹시 올해 태양이 사라지는 걸 보신 분 계시나요? 일식과 월식이 함께 일어났다는데 왜 우리는 월식만 봤던 걸까요?


일식과 월식은 왜 일어나는 걸까

사진 4. 일식과 월식의 원리

일단, 일식과 월식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입니다. 달이 ‘삭’ 위치에 있을 때 일어나며 낮에 관측할 수 있습니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있는 달이 지구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이 그림자 속에서는 태양을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그림자가 지나가는 위치에서만 일식 현상을 볼 수 있어요. 일식이 발생해도 쉽게 관측할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월식’은 달이 지구 그림자로 들어가는 현상입니다. 달이 ‘보름’ 위치에 있을 때 일어나며 밤에 관측할 수 있습니다. 태양 빛을 받은 지구가 달에 그림자를 드리워 달이 잠시간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요. 다만 그림자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일식과는 달리, 월식은 밤이기만 하면 누구나 관측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림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그림자 안에 들어가는 달을 멀리서 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일식과 월식은 어떠한 천체가 사라진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또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다른 현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식은 내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나가야지만 볼 수 있고, 월식은 일어나기만 하면 누구든 관측할 수 있어요.

사진 5. 기울어진 달의 공전 궤도

그렇다면 달이 ‘삭’과 ‘보름’일 때에는 항상 일식과 월식을 볼 수 있는 걸까요? 그랬다면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주기인 한 달 동안 두 번의 식을 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달의 궤도에 있습니다. 달은 지구 주변을 한 바퀴 돌지만, 정확히 지구의 태양 공전 궤도면에 위치한 것은 아닙니다. 지구를 중심으로 약 5° 정도 기울어져 있어요. 그렇다 보니 여차하면 그림자가 지구나 달에 닿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고 이럴 때는 식이 발생하지 못합니다. – 물론 그 덕분에 매달 우리는 태양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보름달을 볼 수 있지만요. – 일식과 월식은 달과 지구의 그림자가 우주를 종횡무진하다 우연히 만나는 아주 귀한 순간이랍니다.


일식과 월식이 같이 일어나는 이유

사진 6. 지구 위치에 따른 식 가능성

그렇다면 이렇게 드문 현상인 일식과 월식이 하필 15일을 주기로 같이 일어나는 이유는 왜일까요. 이 역시 달의 기울어진 궤도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달은 자신의 궤도를 따라 돌다 보면 지구의 공전 궤도면과 두 번 만나게 되는데, 이때가 일식과 월식을 만들어낼 기회입니다. 태양과 지구 사이를 정확히 막을 수도 있고, 지구 그림자에 들어갈 수도 있죠. 다만 일식과 월식은 ‘삭’과 ‘보름’에만 발생하니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해요.

만약 일식 현상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지금 달은 지구의 공전 궤도면과 만나면서 ‘삭’의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15일 뒤에는 어떨까요? 달은 자신의 궤도를 반 바퀴 돌게 됩니다. 또 한 번 지구의 공전 궤도면과 만나게 될 거에요. 더불어 이제는 ‘보름’ 위치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구 그림자 안으로 쏙 들어가며 월식 현상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일식과 월식이 짝지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사진 6)을 보면 어떤 경우 일식과 월식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다음 일식과 월식은 언제?

다음 일식은 내년 4월 8일에 발생합니다. 달그림자는 멕시코와 미국, 캐나다를 지나는 경로로 대한민국에서는 일식을 관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일식과 짝꿍인 월식이 이보다 보름 앞선 3월 25일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다음 일식은 태양의 일부만 가려지는 부분 일식으로 2030년 6월 1일에 관측할 수 있습니다. 짝꿍 월식은 보름 후인 6월 15일입니다. 태양 전체가 다 가려지는 개기 일식은 2035년 9월 2일 강원도에서 볼 수 있으며 짝꿍 월식은 보름 전인 8월 19일 관측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식과 월식 날짜와 시간,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은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 지식정보’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일식과 월식은 자주 일어나는 천문현상입니다. 매년 전 지구적으로 약 두 번 일식 현상을 관측할 수 있으며 일식마다 한 번 또는 두 번의 월식이 짝꿍으로 따라옵니다. 물론 일식은 위치에 따라 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크지만, 월식은 앞서 말했듯 전 지구에서 쉽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날씨는 좋아야겠지만요. 다른 나라에서 일식 현상이 관측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짝꿍 월식을 떠올려보고 관측해 보는 건 어떠신가요?



작성 : 별바다신문 이봄 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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